해양 생물의 유전자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유전자 뱅크 설립이 탄소세 수익으로 가능할까? 탈탄소화 시대, 기후 재정과 생물다양성 정책의 연결 가능성을 과학적 근거와 실제 적용 사례를 통해 분석합니다. 탄소세의 새로운 활용 방식과 해양 보호 전략의 접점을 제시하는 고유하고 가치 있는 콘텐츠입니다.
해양 유전자 뱅크의 필요성과 현재 과제
해양 유전자 뱅크는 바다 속 생물의 유전자 정보를 장기 보존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종 손실과 유전적 붕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인프라입니다. 산호초, 해양 어류, 해양 식물, 미생물까지 포괄하는 이 시스템은 단순한 보존을 넘어, 복원 생물학, 식량 안보, 바이오 의약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특히 해양 생물은 지구 생물 다양성의 약 80%를 차지하며, 그 유전적 고유성은 육상 생물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해양 유전자 보존 인프라는 전 세계적으로 극히 제한적입니다. 현존하는 유전자 뱅크는 주로 농작물이나 육상 동물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해양 생물의 경우 종 다양성과 저장 조건, 표준화 부족 등의 기술적 문제로 인해 실제 적용 사례가 적습니다. 또한, 해양 생물의 DNA는 염분, 수분, 변이율 등으로 인해 냉동보존이나 건조보관에 특수한 조건이 요구되어 추가적인 기술 개발이 필수입니다. 여기에 더해 국제적인 데이터 공유 체계와 생물주권 문제, 보존물의 관리 주체에 대한 논의도 미해결 상태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양 유전자 뱅크 설립은 단순한 과학 프로젝트가 아니라 전 지구적 기후 변화 대응 전략의 일환으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특히 탄소중립과 생물다양성 회복이라는 이중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려면, 이를 위한 안정적인 재원 마련이 선행되어야 하며, 그 중심에 ‘탄소세’라는 기후 재정 수단이 존재합니다.
탄소세란 무엇이며, 어떻게 해양 유전자 보전에 연결될 수 있을까?
탄소세(Carbon Tax)는 온실가스 배출에 가격을 매겨 기업과 소비자에게 비용 부담을 부과함으로써 기후위기 대응을 유도하는 제도입니다. 대부분의 국가는 이 세수를 탄소 감축 기술 개발, 신재생에너지 확대, 친환경 인프라 구축 등에 활용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생물다양성 보전과 생태계 복원에도 탄소세를 투입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유엔과 OECD는 탄소세 수익의 20~30%를 ‘자연 기반 해결책(Nature-based Solutions)’에 배분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유전자 다양성 보전도 포함됩니다. 그렇다면 해양 유전자 뱅크는 어떻게 탄소세와 연결될 수 있을까요? 우선, 해양 생물의 유전적 다양성은 탄소 흡수원으로서 바다의 기능 유지에 핵심적입니다. 예를 들어, 해양 식물군과 플랑크톤은 지구 탄소의 약 30%를 흡수하며, 그들의 생존과 번식은 유전적 다양성과 직결됩니다. 따라서 유전자 뱅크는 단순한 생물 보존이 아니라 탄소 순환 구조의 안정성을 위한 기초 자산이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논리로 정책을 설계하면, 탄소세의 일부를 '기후 대응형 유전자 보존 예산'으로 분리하여 해양 유전자 뱅크 설립과 운영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탄소세 수익 중 5~10%를 유전자 정보 수집, 보관 시스템 구축, AI 기반 유전 다양성 분석 기술 개발 등에 투입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기후정책과 보전정책을 ‘이원화’하지 않고 ‘융합’하는 매우 전략적인 접근이 될 수 있습니다.
탄소세 기반 유전자 뱅크, 실현 가능한 정책 로드맵
탄소세 수익을 해양 유전자 뱅크 설립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정책 로드맵이 필요합니다. 먼저 1단계로는 ‘기후-생물다양성 연계 예산 분류 체계’를 법제화하고, 탄소세 내 특정 비율을 생물 보전에 고정할당하는 제도 도입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예산이 에너지 정책에만 편중되지 않고, 해양 생태 인프라로 자연스럽게 분산될 수 있습니다. 2단계는 유전자 정보 수집 및 데이터 인프라 구축입니다. 이는 해양생물 eDNA 수집, 생체 샘플 채집, 유전체 해독 등으로 구성되며, 이 데이터를 표준화하여 국가 또는 국제 해양 유전자 클라우드에 통합 관리하는 구조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와 연구기관, 민간 기업 간의 협업 모델이 필요하며, 탄소세를 기반으로 한 민관 매칭 펀드 시스템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3단계에서는 국제적 연계 시스템을 통해 유전자 뱅크를 글로벌 자산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특히 해양 생물은 경계를 넘나드는 특성상, 단일 국가 중심의 뱅크로는 보존 효과가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이에 따라 탄소세 기반의 국제 협약 체결, 글로벌 탄소기금 연계 등이 필수적입니다. 예를 들어, 세계기후기금(GCF)이나 UN 생물다양성기구(GCBD)와 협력하여 공동 기금을 조성하고, 해양 유전자 뱅크를 ‘공공재적 자산’으로 인정받는 방식이 유효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로드맵은 단순히 생물을 보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탄소경제를 전환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유전적 다양성을 보전하는 것이 곧 탄소 리스크를 줄이는 방식이기 때문에, 탄소세와 유전자 뱅크는 궁극적으로 하나의 목표를 향한 두 축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