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생물학을 통해 멸종된 해양 생물을 복원하려는 시도와 탄소중립 사회를 향한 탈탄소화 정책 사이의 충돌 가능성을 분석합니다. 기술의 진보가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윤리적·환경적 딜레마를 차별화된 관점으로 풀어낸 이 글은 양질의 글입니다.
멸종 해양 생물, 합성생물학으로 되살릴 수 있을까?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은 멸종된 해양 생물을 유전적 설계와 인공적 재조합을 통해 되살릴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고래, 산호, 해양 무척추동물 등 기후변화와 인간 활동에 의해 사라진 종들에 대한 복원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는 오래된 조직 샘플에서 추출한 DNA 정보를 기반으로 해당 종의 유전체를 재구성한 뒤, 근연종의 난자나 세포에 삽입해 ‘유전적 재생산’을 시도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 호주의 과학자들은 대산호초에서 멸종된 특정 산호종을 CRISPR 기반 유전자 편집 기술과 줄기세포 배양기술을 결합하여 실험적으로 복원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술은 단순한 개체 복원이 아니라, ‘기후 적응형’ 해양 생물의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인간이 원하는 내열성 유전자, 산성화 저항성 유전자를 삽입함으로써 새로운 특성을 가진 해양 생물을 설계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복원은 윤리적 논쟁을 수반합니다. 복원된 생물이 진정한 ‘원형 생물’인지, 아니면 전혀 새로운 생명체인지 명확히 구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 생물다양성의 ‘자연 회복’이라는 개념과 충돌할 수 있으며, 오히려 인위적 생명체가 생태계를 교란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국, 합성생물학은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해양 생태계 복원의 새로운 철학적 기준을 요구하게 됩니다.
합성 복원과 탈탄소화 정책은 충돌하는가?
탈탄소화는 해양 생태계의 장기적 복원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국제적 과제입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면 해양의 온도 상승과 산성화를 완화할 수 있고, 이는 생물들의 생존 조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줍니다. 그러나 합성생물학 기반의 생물 복원은 이와 약간 상충하는 지점을 갖고 있습니다. 기술 중심의 복원 vs 환경 중심의 예방이라는 두 가지 접근법이 자원 배분과 정책 우선순위에서 충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합성생물 복원은 막대한 에너지와 자원이 투입되는 고비용 프로젝트입니다. 고해상도 유전체 분석, 클로닝, 인공 배양실 운영 등은 대부분 화석 연료 기반 전력에 의존하는 현실이며, 그 과정에서 오히려 탄소 배출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다국적 바이오 기업이 주도하는 이 기술은 탈탄소화보다 이익 중심의 산업화로 흘러갈 위험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와 국제기구는 정책 우선순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요? 예를 들어, 1억 달러의 예산이 있을 때, 그것을 신기술에 투자해 멸종 종을 인위적으로 복원할 것인지, 아니면 기존 생태계를 보호하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활동에 쓸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후자가 장기적으로 생태계에 더 유익할 수 있다는 연구가 많습니다. 실제로 유엔은 ‘자연 기반 해결책(Nature-based Solutions)’의 효과를 강조하며, 기술 중심 생물복원보다는 기존 생태계의 복원과 탄소 저감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윤리와 정책의 균형점 – ‘복원’인가 ‘재설계’인가?
합성생물학으로 복원된 해양 생물은 원래 자연에 존재했던 종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기존의 유전자에 인간이 의도한 형질을 부여하거나, 아예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던 유전자 조합을 통해 새로운 특성을 가진 종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복원’이라는 개념이 과연 올바른 표현인지, 아니면 ‘재설계’ 혹은 ‘창조’에 가까운지에 대한 논의가 필연적으로 뒤따릅니다. 해양 생태계에서 이 문제는 더욱 복잡합니다. 왜냐하면 해양 생물은 서식지 간 연결성이 높고, 하나의 종이 생태계 내에서 차지하는 기능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복원된 대형 산호가 기존 생태계에 도입되었을 때, 그 산호의 화학 분비물이나 생식 방식이 기존 해양 미생물군과 상충한다면, 생태계 전체에 예측 불가능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일종의 유전적 침입종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며, 실제로 몇몇 복원 시도는 이러한 위험성 때문에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합성 복원은 인간이 자연을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신념, 즉 ‘기술 만능주의’적 생태관을 강화시킬 위험도 존재합니다. 이는 오히려 자연의 복잡성과 자생력을 무시하고 단기적인 결과에 집착하게 만드는 구조를 낳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각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합성생물학을 생태계 보완적 도구로 인식해야 하며, 기본적인 복원은 여전히 자연 기반 해결책을 중심에 두어야 합니다. 이러한 균형적 시각이 없다면, 기술은 자칫해서 또 다른 생태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